아들은 고등학교 자퇴 후 11년째 사람을 피하고 있었다. 정확한 문제 해결을 위한 관찰에서 아들은 엄마에게 매우 적대적이었고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경직된 모습이었다. 사람을 어려워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애착은 있다는 점이 다른 은둔생활과 달랐다. 왜 그런 것인지 상담으로 원인을 찾던 중 누나의 이야기로 가정폭력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매는 어린 시절 큰 싸움이 반복되는 무서운 상황과 부모의 화풀이까지 모두 견뎌야 했다. 가족 모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들은 처음에 대화를 거부하고 예민한 모습을 보이다가 나중에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근본적인 문제와 해결 모두 가족 안에 있었다. 좋은 부모가 되는 건 쉽지 않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있다. 부모의 상처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마음의 여유

자기 조절력이 부족한 부모는 자신의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잘 무너진다. 부모가 기분에 따라 미성숙한 반응을 보이거나 아이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쏟아낸 충격적인 말과 행동은 아이에게 오래 남는다. 일관성 없는 행동은 아이를 눈치 보게 만든다. 훈육을 가장한 화풀이가 되어서도 안 되며 이유 없는 화풀이는 더 잘못된 행동이다. 부모는 자신의 감정을 감당하고 조절해야 한다. 아이를 살필 여유와 에너지를 유지하고 지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어버리면 아이는 그 공포를 온몸으로 안고 살아가게 된다. 기대보다 포기에 익숙해진다.

2) 정서적 자산

가까운 가족과 친밀함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아이는 자주 사람들 사이를 겉돈다. 지나치게 방어적이거나 의존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불편하고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건강한 문제 해결 경험이 부족한 만큼 성인이 되어서도 적응력과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험과 문화 자본이 부족하면 세상을 보는 시야도 좁아진다. 신뢰와 책임 같은 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습관과 태도를 배우지 못해 마음마저 넉넉하지 못하다. 감정을 다루지 못해 쉽게 불안해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기 쉽다. 자신의 상황이 어렵다고 아이의 기회나 가능성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할 수 있는 더 건강한 선택으로 환경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3) 인정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려고 다른 요소를 탓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성장 과정에서 누구나 상처가 있을 수 있고 가족은 서로에게 양가감정을 느낄 수 있다. 사랑하면서 미워하고 죄책감과 안쓰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식은 낳고 길러준 부모가 감사하면서도 상처를 준 행동에 원망과 미움이 남을 수 있다. 부모의 아픔과 고생을 모르지 않아서 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부모도 나름 최선을 다해 잘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자녀가 이제 와 그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하면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상처 주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는 어떤 상황에서도 탓할 거리를 찾으려 할 것이다. 그럴 땐 억지로 거리를 좁히려 하기보다 거리를 두는 편이 나을 수 있다.

4) 괜찮다는 말이 위험한 이유

말하지 않는다고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이유를 알았다고 해서 금방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아이에겐 감정을 해결할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감정은 축소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그저 괜찮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모 먼저 자신의 오랜 상처와 스트레스를 내려두어야 한다. 힘들더라도 상처를 마주하고 부정적인 감정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은 언젠가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 화를 전혀 안 낼 수 없어도 올바른 목적으로 올바른 대상에게 건강하게 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참고

1) 11년 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들, 자신을 스스로 가둔 이유는? 속 보이는 TV 인사이드, KBS 교양 (링크)

2) 아들이 11년간 방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를 듣고 엄마가 내뱉은 한마디, 웃긴대학 (링크)

3) 책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4) 이미지 출처: 언스플래쉬 (링크)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