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5년 차,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은 시기다. 실무는 거의 마스터 급이다. 일에 능숙해지니 회사에서 본인을 찾는 사람도 많아진다. 후임도 들어오고 나름 회사에서 입지를 굳힌다. 이쯤 되면 보통 ‘대리’를 단다. 부수적인 업무만 하던 말단 사원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회사 일에 투입된다. 하지만 ‘아프니까 대리다’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직장 5년 차가 되면 자주 아프다. 내가 맡은 업무도 쳐내느라 버거운데 후임 일도 관리해야 하고, 상사와 의견 조율도 해야 하고 결혼 같은 인생의 중대사도 겹쳐 있기 때문이다. 5년 차는 직장부터 개인 삶까지 그냥 매우 바쁘다. 몸이 안 아픈게 이상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대리 즈음 되면 첫 ‘슬럼프’가 찾아온다. 그동안 열심히 달렸던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왜 이렇게 애쓰며 일해야 하지?’ 라며 의문을 던진다. 아등바등 살기는 너무 힘들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나만 도태되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이러다 ‘번아웃’ 찾아올 것 같아 걱정이다.

책 <직장 내공> 에 따르면, 슬럼프는 누구나 겪는 시기라 한다. 하지만 슬럼프를 오랫동안 갖고 있으면 남은 직장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한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슬럼프라고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초심을 기억하지 못한다

둘째, 만사가 귀찮다

셋째, 자신감이 사라지며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다

넷째, 행복하지 않다

슬럼프 때문에 힘든 직장인이 많다. <직장 내공>은 슬럼프를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슬럼프는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는 몸의 신호일 수 있다고, 분주하던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것을 마주할 기회라 언급한다.

그렇다면, 슬럼프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

첫째, 방향을 생각하게 한다

일을 쳐내느라 그동안 눈치채지 못했던 ‘일하는 이유’를 알게 만들어준다. ‘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할 기회를 준다. 이때 자신만의 답을 발견한다면 진정한 ‘내적 동기’를 갖고 일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둘째,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한다

평소에 알지 못했던 상사가 매일 무기력한 이유, 후임이 반복적으로 실수했던 이유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아, 어쩌면 그들도 슬럼프 때문에 힘들었겠구나..’ 돌이켜 볼 수 있다. 공감 능력이 커지며 힘듦을 겪는 동료에게 진심이 담긴 위로를 건네는 역량이 생긴다.

셋째, 지난날과 오늘을 돌이켜본다

슬럼프를 겪으면 후회가 밀려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후회한다는 건 겸손함이 싹트는 기회라고도 보면 된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교만했던 지난 나날을 반성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준다.

직장생활 하다 보면 누구나 슬럼프를 겪는다. 힘들겠지만, 되도록 슬럼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동료들에게 드러내면 안 된다. 회사는 냉정한 프로의 세계라 본인의 슬럼프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팀의 목표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렵겠지만, 주어진 일은 일단 묵묵히 진행해보자. 대신 주말, 휴가 때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지친 마음을 달래는 휴식을 꼭 취하길 바란다.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푹 쉴 때 비로소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1) 신입사원과 입사 5년차의 차이.jpg, 루리웹(링크)

2) 책 <직장 내공>

Written by H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