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경쟁률로 합격한 아이의 노트가 공개됐다. 만점에 가까운 실력이라고 한다. 영어유치원에 가기 위해 레벨 테스트를 받는 아이들은 주로 서너 살이었다. 테스트를 위한 족보와 과외까지 있다. 관련 리뷰에는 미국 교육과정 평가 수준으로 모의 테스트와 복습까지 철저히 하는 모습이었다. 과외 강사는 요즘 알파벳과 단어 쓰기는 기본이며 어떻게든 영어를 많이 노출해서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언어 학습에서 정말 중요한 건 뭘까.

1) 뇌가 작동하는 방식

영국 철학자 존 로크는 아이를 흰 백지와 같다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다. 미성숙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기들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상당한 핵심 지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 뇌는 태어날 때부터 많은 가설을 만든다. 조직화된 뇌 회로를 후속 지식으로 조정하며 다듬는 것이다. 아이들은 관찰을 통해 타인의 의도를 구분하며 자신의 추론과 가설을 검증한다. 가장 낮은 가설을 제외하며 학습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논리적 추론과 관련한 실험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을 더 오래 쳐다보는 것으로 놀라움을 표현한다. 아이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결론을 축적해간다. 선행지식을 경험을 통해 개선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외국어는 자신의 내부 언어 모델에서 매개변수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달려있다.

2) 생후 1년이 중요한 이유

아기들은 세상 그 어떤 언어도 배울 수 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살면서 아기의 뇌가 적절히 변화하는 것뿐이다. 생후 1년간 뇌 회로에는 모국어가 깊이 새겨지고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이때 뇌에서 언어 교류 능력이 박탈되면 구문에 대한 감각과 뇌 가소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뇌의 초기 경험은 영구적인 신경세포 경로는 남는다. 아기들은 생후 2개월 정도에 모국어 문장을 들으면 음운과 어휘, 구문, 의미와 관련해 성인과 같은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조직화된 뇌 회로를 통해 언어의 규칙성을 알아내며 언어를 이해하고 말하는 걸 배운다. 언어 문법 및 음에 대한 학습능력은 일찍 끝날 수 있지만 새로운 단어와 의미를 배우는 능력은 유지된다. 우리는 언제라도 새 단어의 의미를 알 수 있다.

3) 민감기

뇌 영역 안에서 제한된 시간에만 가소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기간이 민감기다. 어린 시절에 시작되어 이후 절정에 달하며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감각 영역은 한두 살 때쯤 가소성이 절정에 이르고 전두엽 피질보다 높은 수준의 영역은 유아기 이후나 청소년기 초에 절정에 이른다. 시냅스는 계속 변화하며 학습에 영향을 준다. 아이들은 뇌의 모든 걸 잘 수용하며 언어도 잘 수용하게 된다. 아이들은 최대한 어린 나이에 다른 언어를 노출하는 게 좋다. 신속하고 적절한 교육적 개입은 도움이 된다. 학습은 이를수록 수월할 수 있어도 이때 모든 게 결정되는 건 아니다. 우리는 3세 이후에도 유연하게 학습할 수 있다. 뇌 가소성은 줄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도 악기나 외국어 학습을 할 수 있다. 다만 배우는 게 더 힘들 수 있다. 어휘를 습득할 때는 성인의 뇌도 아이와 같은 가소성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다.

4) 단순 노출이 아닌 상호작용

데이터나 강의에 단순 노출되어도 학습은 수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지심리학과 뇌 스캔에 따르면 아이들은 계속해서 가설을 만들고 외부를 통해 검증하면서 학습한다. 우리 뇌는 자신의 예측과 현실과의 차이를 발견할 때 자체 모델들을 조정한다. 실수는 필요한 과정이다. 많은 연구결과는 3~4세 된 아이의 어휘는 생후 첫해 주변에서 아이에게 해준 말의 양과 정비례한다고 한다고 말한다. 적극적인 일대일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가족과 주변에서 아이의 지식 욕구를 채워주고 풍부한 어휘로 문법에 맞는 문장을 들려주면 좋다. 매일 잠들기 전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언어를 관장하는 뇌 회로가 더 강해진다. 뇌 피질이 강해지면 글을 더 잘 이해하고 생각도 잘 표현하게 된다. 환경을 통한 자극은 중요하다. 언어 학습은 이를수록 좋다. 신중한 어휘와 풍요로운 언어 환경은 뇌 성장과 가소성을 극대화한다.

5) 풍부한 자극

교육은 뇌 회로를 변화시킨다. 교육기관에 보내 아이들의 뇌에 적절한 데이터를 제공하면 평생 지닐 다양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 우리는 모두 아주 유사한 뇌 회로와 학습 원칙을 가지고 있다. 거의 같으며 기존 지식과 배우는 속도 와 동기의 차이는 있다. 목표가 명확하면 가장 명확하게 잘 배울 수 있다. 아이의 현재 수준을 고려해야 하며 피상적인 학습에 그치지 않고 더 깊은 이해과정을 도우면 학습효과가 올라간다. 늘 스스로 새로운 가설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몰입하도록 도와야 한다. 적절한 보상과 격려로 성장을 알아주고 학습의 즐거움을 알게 하면 좋다. 일회성 학습이 아닌 매일 조금씩 간격을 두고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 된다. 자신이 배운 지식을 통합해 그 지식이 무의식적인 것이 되게 해야 한다. 매일 적극적으로 연습하며 실수를 바로잡는 것이 핵심이다. 양질의 피드백은 학습 성취도를 높인다.

6) 수면과 영양

어린아이의 뇌는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50%까지 소비한다. 뇌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포도당과 산소, 각종 비타민, 철분, 요오드, 지방산 같은 다양한 영양분이 꼭 필요하다. 뇌는 지적 자극 말고도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산소 공급 그리고 신체 운동이 필요하다. 생후 몇 개월 된 이스라엘 아기들은 2~3주간 티아민을 공급받지 못했을 때 심각한 언어장애를 가지게 됐다. 다시 균형 잡힌 식사로 복원해 목숨은 구했어도 결핍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몇 주만 영양분과 에너지가 부족해도 영구적인 장애에 이를 수 있다. 수면은 낮 동안의 경험을 10배에서 100배 가까이 증폭시킨다. 단순히 휴식하는 순간이 아니다. 수면은 학습 알고리즘의 핵심이다. 뇌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잠들기 직전에 공부하거나 문제를 다시 읽는 것이 좋다. 청소년은 너무 일찍 깨우지 않는 것이 좋다.

7) 사회적 교감

최근 한 논문은 온라인에서 제2 언어를 배우는 수백만 명에 대한 데이터로 인간의 평균 언어 학습 곡선을 그렸다. 그 결과 문법 학습능력은 어린 시절 서서히 감소하다가 17세 정도에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법 학습을 위한 뇌 가소성은 사춘기가 끝날 무렵 현저히 줄어들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제로가 되는 건 아니다. 과학자들은 10세가 되기 전에 학습을 시작하기를 권한다. 관심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에 머물며 문화를 접하는 것도 중요하게 여긴다. 사회적 교감은 외국어 습득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교실이나 전자기기 화면을 통해 배우는 것보다 직접 생활 속에서 배우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문화와 관련된 모든 학습은 기존 뇌 회로 구조를 변경하고 그 특성을 재활용하는 과정이다. 뇌 가소성은 신경세포가 가진 제약 내에서 이루어지며 학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참고

1) 세 살이 영어를 해봤자 얼마나 하겠냐고요?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비디오머그 (링크)

2) 영어유치원….과열된 애들의 경쟁, 웃긴대학 (링크)

3) 시사 인사이드 94회 영어유치원은 없다, OBS 다큐 (링크)

4) 책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Written by L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