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켓 철학을 소개한 칼럼니스트 주디스 마틴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날 정말 사랑해?’ 다음으로 ‘오늘 뭐 입지?’라고 했다. 옷은 몸을 보호하는 일차원적 기능을 넘는 자기표현의 수단이다. 사회적 맥락 안에서 한 사람의 존재감과 정체성 그리고 취향을 반영한다. 어느 시대든 특정 스타일이 대중의 인정을 받으려면 유행을 지지하는 공통된 정서와 변화를 열망하는 집단의 소비가 필요하다. 옷 스타일에 시대적 가치관과 인식의 변화가 드러난다. 옷이 말해주는 것들을 더 알아보자.

1) 개성

중세시대는 신 중심의 시대로 욕망과 감정표현은 금기였고 느슨한 옷으로 몸을 감춰야 했다. 14~16세기 르네상스 시대가 되어서야 사람들은 존재적 가치를 묻고 개성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신대륙 발견으로 각종 귀금속이 유럽으로 유입되고 상업과 도시가 급격하게 성장하며 부유한 상인계층이 늘어났다. 신흥 상류층이 된 상인계층은 부를 과시하고 존경을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복식 디자인을 만들었다.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유리거울 제조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거울로 자신을 들여다보며 자의식을 키웠다. 이때부터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옷차림과 행동을 따라 하며 경쟁했다. 사람들은 옷 자체가 아닌 스타일링을 통해 자신의 장점과 강점 등을 표현하려 했다. 시대마다 매력과 호감을 얻기 위해 강조한 신체 부위도 다르다.

2) 유행하는 방식

르네상스 시대에는 권력의 상층부는 자신들을 낮은 계층과 구분하기 위해 새로운 스타일을 계속해서 만들고 낮은 계층은 스타일을 모방하며 자신을 동일시하려고 했다. 당시 셀럽은 금융업으로 부를 축적해 유럽의 예술가들을 후원하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 여자들이었다. 서민의 집 한 채 가격 정도인 씨알 진주 700여 개로 드레스를 만들기도 했고 담비 털로 만든 토시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유행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천민이었던 스위스 용병들의 옷이 상류층으로 옮겨간 보텀 업 현상이 일어난 적도 있다. 전쟁터에서 편하게 움직이려고 칼집을 낸 옷이 몸값을 높이는 기호로 사용되면서 슬릿 장식이 유행하게 된 것이다.

3) 셀러브리티 문화의 원형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 대표적인 셀럽으로 마담 퐁파두르가 있다.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그녀는 로코코 시대의 미감을 섬세하게 규정하고 감독한 큐레이터와도 같다. 궁정의 여인들은 그녀의 취향과 스타일을 따랐다. 그녀가 사용한 직물과 인테리어 방식, 식사 예법, 걸음걸이와 사람을 매료시키는 표정과 몸짓까지 모든 것을 따라 했다. 셀러브리티 문화의 핵심은 한 개인의 개성과 매력을 단순한 상품 이상으로 추종한다는 것이다. 유명인 자체의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선망의 대상을 모방하며 자신도 동참하고 있다고 여기며 마음의 안정감을 찾는다. 꿈과 희망을 주는 효과적인 도피처가 되기도 한다. 16세기부터 계속된 현상이며 요즘은 유행의 대상이 왕과 귀족에서 연예인으로 바뀐 것이다.

4) 사치금지령이 생기게 된 이유

16세기 초 왕과 귀족은 아래 계급과의 차별을 위해 사치금지령을 내렸다. 옷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옷과 실내장식으로 쓰인 벨벳은 신사계급과 상위 계층만 허용됐다. 은으로 만든 식기류도 계급에 따라 사용 개수가 정해져 있었다. 금과 은, 자주색으로 염색한 직물은 귀족만 사용했다. 기사와 차상위계층은 박차와 말 장식을 소유할 수 있었다. 여성의 옷은 남편의 사회적 지위를 따랐고 계급과 다르게 사치스러우면 제재를 받았다. 당시 유럽 각 도시의 거리에는 사치금지령 규정대로 옷과 생활 방식을 검사하는 패션 경찰도 있었다. 그래서 상의는 규정을 지키고 아래로는 자신의 방식으로 옷을 입는 사람들도 있었다.

5) 옷차림에도 절제가 필요하다

낭만주의 시대는 가는 허리가 이상적인 미의 기준이었다. 19세기 여성들은 가는 허리를 강조하기 위해 코르셋과 여러 겹의 페티코트를 입었고 그 무게만 6킬로그램 정도였다 한다. 옷의 여밈이 뒤에 있고 단추도 많아 혼자 옷을 입고 벗는 게 불가능했다. 옷과 관련한 각종 사건 사고 수도 많았다고 한다. 옷에 불이 옮겨붙고 마차 바퀴에 끼여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드레스는 화려했지만 거추장스러웠다. 사람들은 누구나 차별화 욕구가 있다. 그러나 옷차림에도 절제가 필요하다. 고급 소재나 기술을 상류층이 독점하려 했던 이전 시대와 다르게 요즘 옷의 격식과 수위는 많은 부분 부드러워졌다. 캐주얼 문화가 확산하면서 실용적이고 편안한 조합과 선택지가 많아졌다.

6) 멋진 옷의 핵심

현대 패션도 일반적으로 유명 디자이너 작품이 파생되면서 일반인에게 흘러드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주류에 편입되지 않고 새로운 관점으로 옷을 해석하는 창의적인 개인들도 많아지고 그들이 유행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소박하고 자연스럽게 남과의 차별을 이루는 것이 우아함이라고 말했다. 섬세한 직감과 미적 감각으로 시대를 읽고 아름다운 것을 가려낼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어울려야 한다. 옷은 멋진 것 이상으로 잘 만들어지고 쉽게 입을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셀럽을 따르는 것이 아닌 내 몸이 편하고 수월하게 소화해야 멋진 옷이라 할 수 있다.

참고

1) <250년 전 유럽 귀족들이 실제로 입었던 드레스들.jpg>, 더쿠 (링크)

2) 책 <옷장 속 인문학>

3) 이미지 출처: 영화 마리앙투아네트, 헤더의 터닝페이지 (링크)

Written by LAJ